해피투게더, 다시 시작하자던 그 말이 왜 그렇게 아팠을까
제목만 보면 밝은 영화 같잖아요. 근데 실제론 제목이랑 정반대로, 계속 어긋나고 헤어지는 두 사람 이야기예요.
왕가위 영화 중에서도 좀 특별한 축에 들어요. 홍콩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찍었거든요. 그 얘기를 해볼게요.
영화 정보
제목: 해피투게더 (春光乍洩 / Happy Together)
개봉: 1997년 (홍콩)
감독: 왕가위
주연: 장국영, 양조위
촬영지: 아르헨티나
장르: 로맨스, 드라마
비고: 왕가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
두 남자의 어긋나는 사랑 이야기예요
주인공은 두 남자예요. 아휘(양조위)랑 보영(장국영), 이 둘이 연인 사이거든요.
둘은 새 출발을 하겠다고 홍콩에서 아르헨티나까지 떠나와요. 이과수 폭포를 함께 보러 가자는 게 두 사람의 약속이고요.
근데 이 관계가 참 힘들어요.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거든요. 보영은 자유롭게 떠돌고 싶어 하고, 아휘는 그런 보영에게 상처받으면서도 놓지 못해요. 헤어지자고 했다가 "우리 다시 시작하자"는 말로 또 붙잡는, 그 지치는 관계가 영화 내내 이어져요.
이 "다시 시작하자"는 말이 이 영화의 핵심이에요. 처음엔 설레는 말인데, 반복될수록 서로를 더 아프게 만드는 말이 되거든요.
먼 곳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진해요
배경이 아르헨티나라는 게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요. 홍콩에서 가장 먼 곳이거든요.
낯선 땅에서 서로한테만 의지해야 하는 두 사람이라, 그 고립감이 더 절절해요.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이랑도 어긋나면 얼마나 외로울까 싶더라고요.
찾아보니까 이 영화, 시나리오를 제대로 정해놓지 않고 아르헨티나에서 즉흥적으로 찍었다고 해요. 그래서 그런지 인물들의 감정이 더 날것 같고 생생해요.
이과수 폭포 장면이 압권이에요
두 사람이 함께 보기로 했던 이과수 폭포가 영화의 상징이에요.
모든 걸 삼킬 듯이 쏟아지는 그 거대한 폭포를 카메라가 담는데, 화면이 정말 압도적이에요. 근데 정작 그 앞에 서 있는 건 혼자거든요. 함께 보자던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 채로요. 그래서 이 웅장한 장면이 더 쓸쓸하게 다가와요.
이 영화로 왕가위가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어요. 두 남자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도 당시 꽤 화제였고요. 지금 봐도 그 감정선이 하나도 안 낡았어요.
제목의 아이러니가 오래 남아요
정리하면 이래요. 밝은 제목이랑 정반대로, 계속 어긋나는 두 사람의 애증을 그린 영화예요.
아르헨티나라는 먼 배경이 그 외로움을 더 짙게 만들고, 이과수 폭포 장면은 이 영화의 잊히지 않는 상징이고요.
왕가위 특유의 감성에 두 남자의 사랑이라는 소재가 더해져, 그의 필모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해요.
개인적으론 사랑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싶을 때 떠오르는 영화예요. 좋아하는데도 자꾸 서로를 아프게 하는 관계, 그걸 이만큼 솔직하게 그린 영화가 드물거든요. 제목을 곱씹으면서 보면 그 아이러니가 오래 남을 거예요.